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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숙히 빠져들지 말 것. 지나치게 애 쓰지 말 것. 매끈한 포물선을 그리며 슬며시 빠져 나올 것.
by 야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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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5
    음악 향유의 방법
  2. 2008/06/09
    Beck [Sea Change]

1-1. 사람은 편안함/게으름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동시 지적(혹은 감성적 진지성, 어떠한 진지한 attitude)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다.
1-2. 사람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지닌 동시에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갖고 싶어 한다.


2-1. 음악은 단순히 향유의 대상으로 머물 수 있겠으나 지적인 동물 사람은 음악에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2-2. 지적인 욕구의 해결 방안을 음악에서 찾고자 하는 이들은 현재 자신이 듣고 있는 음악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갈구할 것이다.


2-3. 무엇인가를 알게 되면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지금 메인스트림 음악만을 듣고 있는 10대의 청취자에게 새로운 음악을 누군가 제시해주면 그는 서서히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
2-4. 멜론은 이미 알고 있는 음악(매스미디어에서 푸쉬하는)을 메인 디스플레이 하고 있어 내가 알고 있는 이상의 것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메인스트림 이외의 음악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실마리, 단초가 전혀 없는 것.


2-5. 만약 멜론 메인에 새 앨범으로 Audioslave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면, 누군가는 무의미하게 지나칠 것이고 누군가는 기쁘게 새 앨범을 즐길 것이고, 누군가는 클릭해 보지만 이내 특별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것이다.
2-6. 그러나 서태지를 좋아하고 Rage Against The Machine을 알고 RATM의 기타리스트가 Tom Morello이며 Auidoslave는 그가 만든 밴드라는 것을 알면, 적어도 서태지를 아는 청취자는 이 새 앨범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2-7. 50만곡의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수있는 환경이 멜론,벅스,이런데 다있는데, 사람은 항상 음악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단초를 제공해 주는 데가 없기 때문. 음악에서 지적 욕구를 느끼는 사람, 음악을 좀더 적극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그 욕구가 수치 1이든 100이든, 그것이 있다면)에게는 이러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떠한 장치가 필요하다.


2-8. 그런데... 스스로 찾아내는 것을 즐기는, 지적 욕구가 80 수치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서비스는 오히려 그들을 쉽게 식상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그들에게는 그들의 이미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2-9.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드러내어 자신의 고유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누군가는 분명 피드백을 할 것이니) 행위를 통해 그들이 외롭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아래와 같이 풀 수 있지 않을까...


3-1. 또한 음악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갖고 싶어하는 이들은 매스미디어에서 일방적으로 푸쉬하는 음악이 아닌 자신이 직접 음악을 찾아 나설 것이다.
3-2.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어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심리 또한 갖고 있다. 혼자는 불안하고 외롭기 때문에.


3-3.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메인스트림 음악을 듣거나 혹은 적어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야 하는 노래방에서는 누구나 알 법한 메인스트림 노래를 부르곤 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듯)
3-4. 혹은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은 나의 고유성(정체성)을 드러내는 일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두 가지 욕구를 효과적으로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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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포키 카우보이 고향별로 돌아가다

'The Golden Age'의 말끔하게 정돈된 기타와 비브라폰을 연상 시키는 명징한 신디사이저 연주가 시작되면 흠칫 당혹해 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변화무쌍한 천재 뮤지션 벡(Beck)은 새 앨범에서 또 다른,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려 작심한 것이 분명하다. 전작 [Midnight Vultures](1999)에서 넘쳐나던 그루브, 디스코 킹(?)으로서의 벡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러나 그의 신보 소식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일찌감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이 앨범의 수록곡을 만나왔을 테고, 이 앨범의 뚜껑을 열면서 그리 놀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앨범 발매 전 온라인을 통해 발표했던 곡 중 유일하게 ‘Ship In A Bottle’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곡이 그대로 이 앨범을 채우고 있기 때문. 그래서 [Sea Change]는 ‘한밤중의 탐욕자들’ 사이를 지나 ‘돌연변이들’로 돌아가 있음을 이미 예기하고 있던 터다.

그가 맡은 부분에만 신경 써도 될 정도로 (물론 그가 자신의 앨범 작업에 대한 통제권을 완화할 경우) 놀라운 창조력을 지녔다며, 벡이 깊이 신뢰하고 있는 프로듀서 니겔 갓리치(Nigel Godrich)가 다시 이 앨범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이 앨범이 [Mutations]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신빙성을 더한다. 확실히 [Sea Change]의 벡은 스페이스 포키로서의 면모에 근접해 있다. 가깝게는 [Midnight Vultures]나 멀게는 그의 마스터피스라 평가 받곤 하는 [Odelay](1996), 그의 첫 메이저 데뷔작 [Mellow Gold](1993)과의 비교하면 쉽게 판가름할 수 있는 문제다. 디스코와 소울, 훵크를 역동적으로 엮어낸 [Midnight Vultures], 샘플라덱 사운드의 매력을 전한 (거의) 최초의 앨범 [Odelay], 그리고 포크, 컨트리와 힙합의 콜라주 [Mellow Gold]. 댄스 플로어 위의 디스코 킹과 인디-합(indie-hop)의 슬래커(slacker)로서의 벡은 분명 [Sea Change]에서 온데간데 없다. 그렇다고 아방가르드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는 [Stereopathetic Soul Manure](1994)의 실험 정신으로 충만한 벡이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앨범은 분명 [Mutations]와 가장 근접한 거리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그의 또 다른 인디 레이블 발표작 [One Foot In The Grave](1994)와의 연관성도 고려해 봄직 하다. 그러나 이 앨범이 그의 음악적 뿌리인 포크와 컨트리에 보다 충실하게, 보다 노골적으로, 그리고 (4트랙 녹음기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지극히 소박하게 만들어진 것에 비하면 [Sea Change]는 분명 벡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중 아직 다 드러내지 않은 부분을 지금 이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Mutations]가 [Odelay]의 충격을 완화하고 포키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 앨범이라면 [Sea Changes] 또한 [Midnight Vultures]의 재기와 흥청거림을 자제하고 감성적으로 충만한 앨범으로 완성됐다. 오래된 연인과의 이별이 이 앨범에 가장 주효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닌 듯하다(이처럼 많은 연가를 담은 그의 앨범도 없으니). [Sea Change]에서 그나마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곤 ‘Lost Cause’와 ‘Sunday Sun’ 정도에 그칠 뿐인데, 그마저도 근저에 흐르는 것은 애수어린 감성이란 것은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목적을 잃어버리고(‘Lost Cause’), 다시 길을 잃고(stray again), 지쳐버린(their faces jade the strain) 상태에서도(‘Sunday Saun’) 능청맞게 어우러지는 백킹 보컬 하모니가 오히려 상실감을 더할 뿐이다. 그것은 언뜻 아랍 스트랩(Arab Strap)을 연상 시키는 비트의 ‘Paper Tiger’나 니겔 갓리치의 전력([OK Computer])을 한번쯤 떠올리도록 만드는 ‘Lonesome Tears’에서 더욱 짙어진다. 흥청거리며 ‘낙오자’임을 떠들어대던 벡은 이 앨범에 없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솔직’과 ‘무감정’ 사이를 느슨한 듯 팽팽하게 오가고 있을 뿐이다. ‘The Golden Age’, ‘Guess I’m Doing Fine’, ‘Lost Cause’, ‘It’s All In Your Mind’, ‘Already Dead’가 전자에 가깝다면, ‘Paper Tiger’, ‘Enjoy Of The Day’, ‘Round The Bend’, ‘Little One’은 후자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느슨한 구분에 지나지 않다. 목에 힘을 뺀, 이전에 그리 쉽게 들을 수 없던 낮고 건조한, 그의 읊조림이 앨범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이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감성적으로 충만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10월 17일부터 시작된 투어를 플래밍 립스(
The Flaming Lips)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 [Sea Change]가 지닌 음악적 일면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셈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Sunday Sun’에서와 같은 백킹 보컬 하모니의 부각과 신디사이저를 통한 이펙트,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수어린 스트링 섹션으로 더욱 다채로워진다(‘아름다운’ 보컬 하모니와 ‘더할 것 없는’ 스트링 섹션과 벡의 만남이라니!). ‘Paper Tiger’만 하더라도 아랍 스트랩을 떠올리게 하던 도입부의 단조로운 듯한 적막함은 이내 풍성한 스트링 세션으로 확장된 공간감을 선사하며, 흡사 이탈리아 심포닉 록의 향취까지 연상케 한다(기타나 드럼, 베이스의 질감은 특히 더욱 그러하다). 스트링 세션은 확실히 ‘스페이스 포키 카우보이’로서의 벡의 또 다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는 데 가장 주효하다(특히 ‘Lonesome Tears’를 들어보라). 그런가 하면 ‘Round The Bend’의 재즈적 어법과 스트링, 우울한 어조는 닉 드레이크(Nick Drake
)의 우주적 확장본처럼 느껴지도록 하며, ‘Already Dead’, ‘It’s All In Your Mind’를 비롯한 곳곳의 어쿠스틱 기타는 브리티시 포크의 향수를 자극하며 카멜레온 벡의 예상치 못했던 서정성을 확인케 한다.

벡은 이 앨범과 [Mutations] 사이에 곧은 연장선을 그을 생각은 없다. 굳이 그 연결고리를 찾자면 우주를 부유하는 듯, 서정성을 가장 많이 담보하고 있던 ‘Nobody’s Fault But My Own’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벡은 4년 전 그랬던 것처럼 하이브리드의 세계에서 비껴나와 어쿠스틱 기타를 매고 포크와 컨트리로 귀향하고 있지만 그의 귀착지는 동일한 스페이스(space)가 아니다. 그를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명명토록 한 [Mutations]로부터 더욱 깊숙하고 드넓은 우주의 공간 속으로 벡은 잠입해 들어왔다. 그곳은 깊숙하여 어둡고 침잠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그 확장된 공간은 더욱 나른한 유영을 즐기도록 만든다. 샘플라덱, 하이브리드의 총아로서의 벡? 다음 앨범에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02-10-21, tubemusic.com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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