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너와 나의 20세기], 그리고 이메일 인터뷰
쥘락말락 {音樂} 2008/08/20 03:38 |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세포의 핵에서 바라보는 우주
2002-04-27, TUBEMUSIC.COM 게재
별은, 지난 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사운드트랙과 첫 번째 '월간 뱀파이어Monthly Vampire', 그와 함께 짝을 이룬 첫 번째 EP [2]로 모습을 드러냈다. 결코 수월하다고 할 수 없는, 비공식적(?)인 유통망 속에 놓여있는 이들은 두 번째 '월간 뱀파이어'와 EP를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지난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발표할 것이라는 애초의 약속은 이미 파기된 상태였고, 2월로 재배치된 발표일도 4월 초가 돼서야 지켜졌다. 그 간의 변고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으나 이들은 현재 다음 '월간 뱀파이어'를 준비하고 있다니 올해 안에 세 번째 만남을 기대할 만하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모임 별'은 '월간 뱀파이어'라는 무크지 성격의 매거진과 함께 EP CD를 함께 묶어냈다. 크게 두 가지의 매체가 접목된 (CD 케이스 안에 책자가 아닌, 책자 안에 CD가 담긴) 독특한 형태때문인지 간혹 '월간 뱀파이어'는 해프닝을 선사하곤 한다. EP [2]를 담고 있는 첫 번째 '월간 뱀파이어'가 '월간 뱀파이어 제 2호'라고 오칭되곤 했던 것. '월간 뱀파이어'는 달파란이 이우일의 그림책 '장난감 코끼리 몽크'에 음악 CD를 담은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은 일종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샴(siamese) 쌍둥이처럼 태생을 함께 한다.
적어도 전작의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된, [너와 나의 20세기]라는 제목 하에 발표된 두 번째 EP에서 별은 이전보다 한결 아련한 따스함을 지닌 사운드를 들려준다. 별은 이미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결코 우리 음악의 일상에서 낯익은 풍경이라고 할 수 없는 전자음악이라는 담금질를 통해 '2'나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와 같은 흡인력 강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것은 이국의 일렉트로닉 씬에 근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요'의 형식에 기반하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무국적의 사운드라 명명하기엔 우리의 감수성과 적잖은 일치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별이 우리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말하기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별은 2000년대 정황에서 우리 언어로 이야기될 수 있는 새로운 감수성을 발견하고 있다. 그의 언어는 우울한 상실의 체념을, 그로부터의 위안을, 문화적 기호를, 20대의 동화, 몽상을 표현한다. 그는 "난 영혼을 팔았어. 모두를 죽였어('2')"라고 노래하고, "우린 아직 널 사랑해. 아직도 우린 널 기다려"('진정한 후레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라고 노래하며, "네덜란드산 초록 맥주병"('진정한 후레치...')을 의미없는 듯 노래하고, "함께 걷고팠던 높이 쌓인 눈과 달빛 아래 잠든 상어의 속삭임. 너의 우주선을 뒤쫓던 경찰차, 술병 위에 어린 너만의 보조개('2')"라 노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기 주변부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훌쩍 현실에서 멀리 달아나버리기도 하는데, "난 밤새 춤을 췄어"라고 노래하다가 "난 우주를 날았어"라고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통 뜻모를 "난 비단뱀을 샀어"라며 문맥을 뛰어넘어 버린다. 자동기술법적인 이러한 문맥의 구조는 그의 노래가 때론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가도 몽환의 상태로 반전되는 기묘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별은 일렉트로닉/전자음악을 통해 더욱 깊은 몽환으로 빠져들어 간다. 어쿠스틱이나 일반적인 악기의 실연이 지닌 사실적인 질감이 쉬이 안겨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리고 인도의 악기 시타르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별이 가네샤를 만나 모임 '별'과 함께 해야한다고 제안했던 것은 당연한 순차였던 것.
사이키델릭의 시대를 동경한다고 언뜻 지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별은 애초에 일렉트로닉 테크놀러지의 향연에는 관심이 없다. 별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익스페리멘탈 계열의 음악들과 나란히 놓여도 될 듯하지만 그와는 별도의 독립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깝게는 옐로 키친(Yellow Kitchen)과도 다르다. 옐로 키친이 익스페리멘탈 씬에 근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면 별은 국내의 상황도 국외의 상황도 고려치 않은 그들만의 어법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간혹 그 의미를 종잡을 수 없는 음향의 조합이 하나의 트랙을 채우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험적 시도에 대한 욕구도 아니거니와 난해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별은 사운드 자체보다는 그 속에 담긴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들은 애써 익스페리멘탈의 외곽에 놓여있기를 바라는 것만도 아닌 듯하다. 별은 그 묘연한 어디쯤에 위치하여, 그 결과물이 어떠한 단일의 사운드 집합체로 표출되든지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리를 옮긴다. 스튜디오 앨범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욕심이 없는 별에게 두 장의 EP는 자유로운 아마추어리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녹음하여 CD에 담겨진 이 EP에는 그만큼의 여유가 담겨 있다. 결코 깔끔하고 매끄러운 사운드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들의 음악을 듣는 데에, 그것은 전혀 개의할 만한 것은 아니다.
[너와 나의 20세기]는 [2]와의 비교 대상은 아니다. 두 EP의 곡들은 비슷비슷한 기간동안 쓰여졌거나 녹음의 시점이 뒤엉켜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2]가 짧은 소품들 사이에서 '2'와 '진정한 후렌치...'를 중심으로 엮여졌다면 [너와 나의 20세기]는 보다 들을거리가 풍부하다는 것. 몽환적인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한결 멜로디가 또렷해진 인상이다.
또한 앰비언트 사운드가 전보다 부각되어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다. 여기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특유의 차가운 질감이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오히려 그 질감은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별의 글에서 종종 느껴진다).[2]의 소품들이 곡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가 폭넓은 반면에 [너와 나의 20세기]는 보다 또렷해진 멜로디를 중심으로 각 곡들의 표상이 좀더 구체화 됐다는 점 역시, 감성적 측면에 충실하고자 하는 '별'에 더욱 근접하다.
'808452 - 부루마블'은 충분히 반젤리스(Vangelis)를 연상 시킬 만한 곡인데, 그가 원대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다면 별은 그에 대한 시선을 거둔다. '부루마블'은 '너를 그리워하는 나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여행하듯 많은 도시의 이름을 읊조리다가 종국에는 “당신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이라 말하는 별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종종 별은 미시적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려 하는 듯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충분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감성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젊은 날의 상실과 미래, 나와 우리, 두려움과 희열...이 담겨있다. 아마도 이 앨범은 (사운드를 비롯해 문학적 측면까지 고려할 때) 다양한 감성과 이미지를 담고 있는 몇 안 되는 앨범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원대한 시선보다는 미시적인 관점때문인지도 모른다.
월간 뱀파이어의 80831에 담긴 ‘책’이란 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이 모든 세상이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 세포의 핵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그 바다거북이가 속한 우주는 또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 세포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별의 시선은 작은(개개의) 것에서 큰(우주적인) 것으로 확대된다. 우주를 생각하지만 사고의 출발 지점은 ‘바다거북의 간세포의 핵’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음악이 실질적인 악기가 이뤄내는 매끄러운 질감보다 분절된 듯한 소소한 음향과 언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것은 오히려 별의 시선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출판물과 CD를 함께 묶고, 그 안에 음악은 물론 글과 그림과 사진 등을 담는 것은 그저 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가 샴쌍둥이와 같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들은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있으며, 결국 별의 음악은 CD의 매체를 넘어서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글과 사진, 그림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래서, 별의 음악을 보다 즐겁게 듣는 법 중 하나는, '비단뱀 클럽'의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별의 글, 혹은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글을 읽는 일이다.
이를 테면 [너와 나의 20세기] 중 “난 언제나 남들이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보며 살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의 의미는, ‘월간 뱀파이어’의 글 '80831'을 통해서 그 문맥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808457’ 역시 같은 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가사가 없는 ‘808454-소년’의 의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첫 번째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동명의 글 '소년'이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별의 음악은 그의 글과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한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별의 노래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래가 아니라 그의 글과 생각을 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노래는 다양성이 (어느 정도는) 인정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감성과 시선을 풀어내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메일 인터뷰}
지난 겨울 6mm 카메라를 들고 별을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지. 얼굴 비추기를 꺼려하던 이들의 요구 때문에 결국 카메라는 먼 발치에서 이들을 담아내야 했다. 이번에는 이메일을 통해 ‘별’의 음악 디렉터 ‘별’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고 그가 모든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 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클럽 비단뱀’ 웹사이트에서 그는 종종 이모티콘으로 글 제목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2]의 ‘988779’의 끝무렵에서 "난 언제나 남들이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보며 살고 있는 것 같아"라 나직이 읊조렸던 그는 [너와 나의 20세기]의 ‘808453’에서 이를 되풀이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그는 o_o+와 같은 대답을 전했을 뿐. 또한 그의 글이나 노래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성을 직설적으로 내뱉지 않고, 또한 허구인지 사실인지 꿈인지 모를 정도로 몽환적이다라는 내용의 물음엔 _^와 같은 반쪽짜리 웃음을 덧붙였을 뿐이다. 그 의미는 그저 우리 나름대로 짐작해 보는 수밖에…
TUBE)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전해준다면,
별) 구성원들 각자 생업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구요... 다음 '월간 뱀파이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월말 전주영화제에서 연주를 하구요. 5월말-6월초쯤 작은 시 낭송회를 준비 중이에요. 늦가을 전후하여 프랑스의 한 현대미술관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구요.
TUBE) 두 번째 월간 뱀파이어에서는 PR Office라는 새로운 스탭도 보인다. [너와 나의 20세기]는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인 것인지
별) 일단.. '별'의 결과물들은 솔직히 아무리 홍보를 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의 노력을 들일만한 결과물도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office h'는 모에샹동 샴페인과 같은 세계적 기업을 비롯 패션 디자이너/잡지 등의 아트디렉션이나 여러 기획 등을 전담하는 팀이에요.. 'office h'가 '월간 뱀파이어'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기보다는 서로가 관심 있는 일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즐기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고마운 '조언자'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TUBE) 조월 씨는 이번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듯하다. ‘푸른 전구빛’에서만 이름이 보이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지난 연말 공연에 나타나지 않은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별) 조월님이 어느날 문득 그동안 즐거웠다고 말하더군요. 이름이 보이고 안 보이고를 떠나 앞으로도 조월이 모임 '별'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기타리스트로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TUBE) 비단뱀 클럽의 사이트 인트로 아트웤이 곧잘 바뀌곤 했는데, 한동안 같은 이미지다.
별) ...지금 돌아가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요.
TUBE) 전주영화제에 간다고 들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어떤 공연을 갖게 되는가
별) 어느날 전화가 한 통 왔고, 그 전화를 받았어요.. 아마 언제나처럼 많은 양의 파츌리 향을 피운 채 글 몇 줄을 읊고 연주를 한 후, 맛난 생선을 구우며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따뜻한 술을 마신 후 잠에 빠져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겠지요.
TUBE) [너와 나의 20세기]는 일본 판매용도 따로 만들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일본 진출을 진행 중인 것인가
별) 일본 '진출' 같은 건 아니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동경에서 거주하게 되어서요... 처음 모임 '별'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연주를 하는 방식 그대로 동경에서도 해보는 중이에요. 뭐랄까.. 클럽이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괜찮은 곳이라 생각되는 술집 같은 장소에 찾아가서 음악을 들려주고 '여기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며 시낭송회 혹은 연주회를 가져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은 후 좋다면 하고, 안 된다면 다른 곳을 찾고...
TUBE) 최근 관심 있게 듣고 있는 음악은
별) 예나 지금이나 madonna의 첫 번째 앨범.
TUBE) 여전히 앨범 발매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는 상태인가
별) 전혀 없어요.
TUBE) 작년 12월로 예정됐던 [너와 나의 20세기] 발매/발간일이 많이 지연된 연유는...
별) 구성원간의 이견들도 있었고..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원래 만들던 내용을 모두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 만들게 되었거든요.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TUBE) [너와 나의 20세기]의 커버 아트웤은 지난 해 공연에서 사용했던 포스터와 같은데, 어떻게 이번 커버로 사용하게 됐는가
별) ...마음에 들어서.
TUBE) [너와 나의 20세기]는 약속했던 대로 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만족하고 있는지,
별) 솔직히 풍부하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아요. 12000원이나 받는 잡지의 내용으로 볼 때.... 하지만 매번 눈에 보일 만큼 좋아지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TUBE) 많은 글들과 곡들이 이미 비단뱀 클럽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것들이다. 이렇게 새로운 모양새로 다시 우리를 찾아오지만... 그 날까지 기대하시라,와 같은 심리로 숨겨두고, 아껴두었다가 월간 뱀파이어를 통해 처음 선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별) 그 부분은.. 경우마다 달라질 것 같아요.
TUBE) 이번 EP에는 지난 번과 달리 각기 다른 곡들이 수록돼 듣는 이들에 대해 좀더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 번에는 같은 곡이 다른 버전으로 수록되곤 했지 않은가... 듣는 이에 따라 이에 대한 관점은 다르겠지만
별) ..그런 생각은 사실 하지 못했어요. 저흰 이 잡지를 구성하는 글, 디자인, 그림, 사진, 소리, 광고, 웹사이트 등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를 바라거든요. 그 부분에 가장 주안을 두고 어떤 음악이 어떻게 수록될지를 결정하려 해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TUBE) 이번 EP의 전체적인 느낌은 지난 번보다 한결 또렷해진, 멜로디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음... 이번 EP에 비해 지난 번 EP는 좀더 난해한 사운드를 지니고 있었던 듯하다. [너와 나의 20세기]의 CD에 담긴 음악들은, 대부분 언제 녹음한 것인지, 이번 EP를 위해 새로 녹음한 곡들도 있는가
별) 트랙마다 워낙 달라서... '너와 나의 20세기'라는 트랙의 경우..'월간 뱀파이어'가 발매되기 직전에야 작곡을 끝내고 이틀동안 녹음을 했어요. 원래 전혀 다른 트랙이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TUBE) 공연에서는 ‘소년’의 음악과 함께 글 ‘소년’을 낭송해도 굉장할 듯한데...
별) 두번인가 그렇게 해본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무척 좋았고 한번은 무척 산만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음번 공연 때 다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제안 감사해요.
TUBE) ‘너와 나의 20세기’는 이번 EP에서 가장 밝은 인상을 담고 있다. (굳이 제목과 매치시키자면) 우리의 20세기를 바라보는 별의 시선과 상통하는 것일까
별) '...넌 깊은 밤 달빛을 가르는 박쥐들의 어설픈 날개짓.
넌 바람에 날리는 뱃노래. 넌 소녀를 감추어 놓은 아편굴..'
20세기...약간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언젠가 한 친구가 자신은 컬러 텔레비젼 세대라며 이전의 흑백 텔레비전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사고구조가 다르고 훨씬 개방적이며 풍부한 상상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왠지 안스러웠어요.
TUBE) 비단뱀 클럽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2차적인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연적인 것보다는 다분히 인공(?)적인 - 이를 테면 도시적인 - 대상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있는 듯하며, 또 왜곡([너와 나의 20세기] 속 사진들처럼 부분의 확대 등), 추상적인 사진도 많다.
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모순적이거나 별 관계없는 이야기인 듯 싶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언젠가 꼭 이루고픈 꿈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20대에 친구들과 밴드를 해보는 것이었고...또 다른 하나는 언젠가 잡지 national giographic의 팀들과 함께 남극이나 심해, 오지 등으로 답사를 다니며 기록을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정작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그들이 기록하는 동굴 깊은 곳의 희귀박쥐나 범고래, 페루의 미이라, 페르시아의 경전 같은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연구하고 기록하며, 일정을 짜고, 연인과 헤어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해 하는.. 낙천적인 모험가이자 연구원인 동시에 치밀하고 전문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세세한 일상...
TUBE) 별은 일종의 문화 창작 집단이다... 그림, 음악, 시, 글, 웹사이트... 등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가끔, 공통된 문화의 형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더라도 진정한 공감대를 이루는 것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별) 모임 '별'을 통해 궁극적으로 꾸는 '꿈'이랄까..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세상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은 좋은/멋진/진지한 잡지와 디자이너, 예술가 등이 넘쳐나고 있으니..그런 부분에서 경쟁을 하며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만드는 저희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잡지를 만들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원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런... 바람.. 그리고... 모두 다른 영혼들이 모여 앉아 진정한 공감대라는 걸 가진다는 것 자체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이죠.. 물론 그런 것들을 가능케 하는 혹은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천재예술가/사상가 또는 '정치가'들도 있는 듯 싶지만... 적어도 저희에겐... 순간이나마 누군가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만도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인 듯 싶어요.
2002-04-27, TUBEMUSIC.COM 게재
별은, 지난 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사운드트랙과 첫 번째 '월간 뱀파이어Monthly Vampire', 그와 함께 짝을 이룬 첫 번째 EP [2]로 모습을 드러냈다. 결코 수월하다고 할 수 없는, 비공식적(?)인 유통망 속에 놓여있는 이들은 두 번째 '월간 뱀파이어'와 EP를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지난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발표할 것이라는 애초의 약속은 이미 파기된 상태였고, 2월로 재배치된 발표일도 4월 초가 돼서야 지켜졌다. 그 간의 변고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으나 이들은 현재 다음 '월간 뱀파이어'를 준비하고 있다니 올해 안에 세 번째 만남을 기대할 만하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모임 별'은 '월간 뱀파이어'라는 무크지 성격의 매거진과 함께 EP CD를 함께 묶어냈다. 크게 두 가지의 매체가 접목된 (CD 케이스 안에 책자가 아닌, 책자 안에 CD가 담긴) 독특한 형태때문인지 간혹 '월간 뱀파이어'는 해프닝을 선사하곤 한다. EP [2]를 담고 있는 첫 번째 '월간 뱀파이어'가 '월간 뱀파이어 제 2호'라고 오칭되곤 했던 것. '월간 뱀파이어'는 달파란이 이우일의 그림책 '장난감 코끼리 몽크'에 음악 CD를 담은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은 일종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샴(siamese) 쌍둥이처럼 태생을 함께 한다.
적어도 전작의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된, [너와 나의 20세기]라는 제목 하에 발표된 두 번째 EP에서 별은 이전보다 한결 아련한 따스함을 지닌 사운드를 들려준다. 별은 이미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결코 우리 음악의 일상에서 낯익은 풍경이라고 할 수 없는 전자음악이라는 담금질를 통해 '2'나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와 같은 흡인력 강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것은 이국의 일렉트로닉 씬에 근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요'의 형식에 기반하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무국적의 사운드라 명명하기엔 우리의 감수성과 적잖은 일치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별이 우리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말하기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별은 2000년대 정황에서 우리 언어로 이야기될 수 있는 새로운 감수성을 발견하고 있다. 그의 언어는 우울한 상실의 체념을, 그로부터의 위안을, 문화적 기호를, 20대의 동화, 몽상을 표현한다. 그는 "난 영혼을 팔았어. 모두를 죽였어('2')"라고 노래하고, "우린 아직 널 사랑해. 아직도 우린 널 기다려"('진정한 후레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라고 노래하며, "네덜란드산 초록 맥주병"('진정한 후레치...')을 의미없는 듯 노래하고, "함께 걷고팠던 높이 쌓인 눈과 달빛 아래 잠든 상어의 속삭임. 너의 우주선을 뒤쫓던 경찰차, 술병 위에 어린 너만의 보조개('2')"라 노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기 주변부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훌쩍 현실에서 멀리 달아나버리기도 하는데, "난 밤새 춤을 췄어"라고 노래하다가 "난 우주를 날았어"라고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통 뜻모를 "난 비단뱀을 샀어"라며 문맥을 뛰어넘어 버린다. 자동기술법적인 이러한 문맥의 구조는 그의 노래가 때론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가도 몽환의 상태로 반전되는 기묘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별은 일렉트로닉/전자음악을 통해 더욱 깊은 몽환으로 빠져들어 간다. 어쿠스틱이나 일반적인 악기의 실연이 지닌 사실적인 질감이 쉬이 안겨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리고 인도의 악기 시타르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별이 가네샤를 만나 모임 '별'과 함께 해야한다고 제안했던 것은 당연한 순차였던 것.
사이키델릭의 시대를 동경한다고 언뜻 지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별은 애초에 일렉트로닉 테크놀러지의 향연에는 관심이 없다. 별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익스페리멘탈 계열의 음악들과 나란히 놓여도 될 듯하지만 그와는 별도의 독립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깝게는 옐로 키친(Yellow Kitchen)과도 다르다. 옐로 키친이 익스페리멘탈 씬에 근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면 별은 국내의 상황도 국외의 상황도 고려치 않은 그들만의 어법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간혹 그 의미를 종잡을 수 없는 음향의 조합이 하나의 트랙을 채우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험적 시도에 대한 욕구도 아니거니와 난해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별은 사운드 자체보다는 그 속에 담긴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들은 애써 익스페리멘탈의 외곽에 놓여있기를 바라는 것만도 아닌 듯하다. 별은 그 묘연한 어디쯤에 위치하여, 그 결과물이 어떠한 단일의 사운드 집합체로 표출되든지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리를 옮긴다. 스튜디오 앨범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욕심이 없는 별에게 두 장의 EP는 자유로운 아마추어리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녹음하여 CD에 담겨진 이 EP에는 그만큼의 여유가 담겨 있다. 결코 깔끔하고 매끄러운 사운드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들의 음악을 듣는 데에, 그것은 전혀 개의할 만한 것은 아니다.
[너와 나의 20세기]는 [2]와의 비교 대상은 아니다. 두 EP의 곡들은 비슷비슷한 기간동안 쓰여졌거나 녹음의 시점이 뒤엉켜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2]가 짧은 소품들 사이에서 '2'와 '진정한 후렌치...'를 중심으로 엮여졌다면 [너와 나의 20세기]는 보다 들을거리가 풍부하다는 것. 몽환적인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한결 멜로디가 또렷해진 인상이다.
또한 앰비언트 사운드가 전보다 부각되어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다. 여기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특유의 차가운 질감이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오히려 그 질감은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별의 글에서 종종 느껴진다).[2]의 소품들이 곡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가 폭넓은 반면에 [너와 나의 20세기]는 보다 또렷해진 멜로디를 중심으로 각 곡들의 표상이 좀더 구체화 됐다는 점 역시, 감성적 측면에 충실하고자 하는 '별'에 더욱 근접하다.
'808452 - 부루마블'은 충분히 반젤리스(Vangelis)를 연상 시킬 만한 곡인데, 그가 원대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다면 별은 그에 대한 시선을 거둔다. '부루마블'은 '너를 그리워하는 나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여행하듯 많은 도시의 이름을 읊조리다가 종국에는 “당신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이라 말하는 별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종종 별은 미시적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려 하는 듯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충분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감성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젊은 날의 상실과 미래, 나와 우리, 두려움과 희열...이 담겨있다. 아마도 이 앨범은 (사운드를 비롯해 문학적 측면까지 고려할 때) 다양한 감성과 이미지를 담고 있는 몇 안 되는 앨범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원대한 시선보다는 미시적인 관점때문인지도 모른다.
월간 뱀파이어의 80831에 담긴 ‘책’이란 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이 모든 세상이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 세포의 핵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그 바다거북이가 속한 우주는 또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 세포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별의 시선은 작은(개개의) 것에서 큰(우주적인) 것으로 확대된다. 우주를 생각하지만 사고의 출발 지점은 ‘바다거북의 간세포의 핵’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음악이 실질적인 악기가 이뤄내는 매끄러운 질감보다 분절된 듯한 소소한 음향과 언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것은 오히려 별의 시선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출판물과 CD를 함께 묶고, 그 안에 음악은 물론 글과 그림과 사진 등을 담는 것은 그저 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가 샴쌍둥이와 같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들은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있으며, 결국 별의 음악은 CD의 매체를 넘어서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글과 사진, 그림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래서, 별의 음악을 보다 즐겁게 듣는 법 중 하나는, '비단뱀 클럽'의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별의 글, 혹은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글을 읽는 일이다.
이를 테면 [너와 나의 20세기] 중 “난 언제나 남들이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보며 살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의 의미는, ‘월간 뱀파이어’의 글 '80831'을 통해서 그 문맥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808457’ 역시 같은 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가사가 없는 ‘808454-소년’의 의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첫 번째 '월간 뱀파이어'에 담긴 동명의 글 '소년'이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별의 음악은 그의 글과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한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별의 노래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래가 아니라 그의 글과 생각을 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노래는 다양성이 (어느 정도는) 인정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감성과 시선을 풀어내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메일 인터뷰}
지난 겨울 6mm 카메라를 들고 별을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지. 얼굴 비추기를 꺼려하던 이들의 요구 때문에 결국 카메라는 먼 발치에서 이들을 담아내야 했다. 이번에는 이메일을 통해 ‘별’의 음악 디렉터 ‘별’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고 그가 모든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 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클럽 비단뱀’ 웹사이트에서 그는 종종 이모티콘으로 글 제목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2]의 ‘988779’의 끝무렵에서 "난 언제나 남들이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보며 살고 있는 것 같아"라 나직이 읊조렸던 그는 [너와 나의 20세기]의 ‘808453’에서 이를 되풀이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그는 o_o+와 같은 대답을 전했을 뿐. 또한 그의 글이나 노래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성을 직설적으로 내뱉지 않고, 또한 허구인지 사실인지 꿈인지 모를 정도로 몽환적이다라는 내용의 물음엔 _^와 같은 반쪽짜리 웃음을 덧붙였을 뿐이다. 그 의미는 그저 우리 나름대로 짐작해 보는 수밖에…
TUBE)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전해준다면,
별) 구성원들 각자 생업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구요... 다음 '월간 뱀파이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월말 전주영화제에서 연주를 하구요. 5월말-6월초쯤 작은 시 낭송회를 준비 중이에요. 늦가을 전후하여 프랑스의 한 현대미술관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구요.
TUBE) 두 번째 월간 뱀파이어에서는 PR Office라는 새로운 스탭도 보인다. [너와 나의 20세기]는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인 것인지
별) 일단.. '별'의 결과물들은 솔직히 아무리 홍보를 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의 노력을 들일만한 결과물도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office h'는 모에샹동 샴페인과 같은 세계적 기업을 비롯 패션 디자이너/잡지 등의 아트디렉션이나 여러 기획 등을 전담하는 팀이에요.. 'office h'가 '월간 뱀파이어'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기보다는 서로가 관심 있는 일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즐기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고마운 '조언자'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TUBE) 조월 씨는 이번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듯하다. ‘푸른 전구빛’에서만 이름이 보이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지난 연말 공연에 나타나지 않은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별) 조월님이 어느날 문득 그동안 즐거웠다고 말하더군요. 이름이 보이고 안 보이고를 떠나 앞으로도 조월이 모임 '별'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기타리스트로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TUBE) 비단뱀 클럽의 사이트 인트로 아트웤이 곧잘 바뀌곤 했는데, 한동안 같은 이미지다.
별) ...지금 돌아가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요.
TUBE) 전주영화제에 간다고 들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어떤 공연을 갖게 되는가
별) 어느날 전화가 한 통 왔고, 그 전화를 받았어요.. 아마 언제나처럼 많은 양의 파츌리 향을 피운 채 글 몇 줄을 읊고 연주를 한 후, 맛난 생선을 구우며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따뜻한 술을 마신 후 잠에 빠져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겠지요.
TUBE) [너와 나의 20세기]는 일본 판매용도 따로 만들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일본 진출을 진행 중인 것인가
별) 일본 '진출' 같은 건 아니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동경에서 거주하게 되어서요... 처음 모임 '별'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연주를 하는 방식 그대로 동경에서도 해보는 중이에요. 뭐랄까.. 클럽이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괜찮은 곳이라 생각되는 술집 같은 장소에 찾아가서 음악을 들려주고 '여기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며 시낭송회 혹은 연주회를 가져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은 후 좋다면 하고, 안 된다면 다른 곳을 찾고...
TUBE) 최근 관심 있게 듣고 있는 음악은
별) 예나 지금이나 madonna의 첫 번째 앨범.
TUBE) 여전히 앨범 발매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는 상태인가
별) 전혀 없어요.
TUBE) 작년 12월로 예정됐던 [너와 나의 20세기] 발매/발간일이 많이 지연된 연유는...
별) 구성원간의 이견들도 있었고..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원래 만들던 내용을 모두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 만들게 되었거든요.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TUBE) [너와 나의 20세기]의 커버 아트웤은 지난 해 공연에서 사용했던 포스터와 같은데, 어떻게 이번 커버로 사용하게 됐는가
별) ...마음에 들어서.
TUBE) [너와 나의 20세기]는 약속했던 대로 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만족하고 있는지,
별) 솔직히 풍부하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아요. 12000원이나 받는 잡지의 내용으로 볼 때.... 하지만 매번 눈에 보일 만큼 좋아지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TUBE) 많은 글들과 곡들이 이미 비단뱀 클럽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것들이다. 이렇게 새로운 모양새로 다시 우리를 찾아오지만... 그 날까지 기대하시라,와 같은 심리로 숨겨두고, 아껴두었다가 월간 뱀파이어를 통해 처음 선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별) 그 부분은.. 경우마다 달라질 것 같아요.
TUBE) 이번 EP에는 지난 번과 달리 각기 다른 곡들이 수록돼 듣는 이들에 대해 좀더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 번에는 같은 곡이 다른 버전으로 수록되곤 했지 않은가... 듣는 이에 따라 이에 대한 관점은 다르겠지만
별) ..그런 생각은 사실 하지 못했어요. 저흰 이 잡지를 구성하는 글, 디자인, 그림, 사진, 소리, 광고, 웹사이트 등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를 바라거든요. 그 부분에 가장 주안을 두고 어떤 음악이 어떻게 수록될지를 결정하려 해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TUBE) 이번 EP의 전체적인 느낌은 지난 번보다 한결 또렷해진, 멜로디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음... 이번 EP에 비해 지난 번 EP는 좀더 난해한 사운드를 지니고 있었던 듯하다. [너와 나의 20세기]의 CD에 담긴 음악들은, 대부분 언제 녹음한 것인지, 이번 EP를 위해 새로 녹음한 곡들도 있는가
별) 트랙마다 워낙 달라서... '너와 나의 20세기'라는 트랙의 경우..'월간 뱀파이어'가 발매되기 직전에야 작곡을 끝내고 이틀동안 녹음을 했어요. 원래 전혀 다른 트랙이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TUBE) 공연에서는 ‘소년’의 음악과 함께 글 ‘소년’을 낭송해도 굉장할 듯한데...
별) 두번인가 그렇게 해본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무척 좋았고 한번은 무척 산만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음번 공연 때 다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제안 감사해요.
TUBE) ‘너와 나의 20세기’는 이번 EP에서 가장 밝은 인상을 담고 있다. (굳이 제목과 매치시키자면) 우리의 20세기를 바라보는 별의 시선과 상통하는 것일까
별) '...넌 깊은 밤 달빛을 가르는 박쥐들의 어설픈 날개짓.
넌 바람에 날리는 뱃노래. 넌 소녀를 감추어 놓은 아편굴..'
20세기...약간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언젠가 한 친구가 자신은 컬러 텔레비젼 세대라며 이전의 흑백 텔레비전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사고구조가 다르고 훨씬 개방적이며 풍부한 상상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왠지 안스러웠어요.
TUBE) 비단뱀 클럽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2차적인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연적인 것보다는 다분히 인공(?)적인 - 이를 테면 도시적인 - 대상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있는 듯하며, 또 왜곡([너와 나의 20세기] 속 사진들처럼 부분의 확대 등), 추상적인 사진도 많다.
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모순적이거나 별 관계없는 이야기인 듯 싶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언젠가 꼭 이루고픈 꿈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20대에 친구들과 밴드를 해보는 것이었고...또 다른 하나는 언젠가 잡지 national giographic의 팀들과 함께 남극이나 심해, 오지 등으로 답사를 다니며 기록을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정작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그들이 기록하는 동굴 깊은 곳의 희귀박쥐나 범고래, 페루의 미이라, 페르시아의 경전 같은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연구하고 기록하며, 일정을 짜고, 연인과 헤어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해 하는.. 낙천적인 모험가이자 연구원인 동시에 치밀하고 전문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세세한 일상...
TUBE) 별은 일종의 문화 창작 집단이다... 그림, 음악, 시, 글, 웹사이트... 등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가끔, 공통된 문화의 형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더라도 진정한 공감대를 이루는 것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별) 모임 '별'을 통해 궁극적으로 꾸는 '꿈'이랄까..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세상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은 좋은/멋진/진지한 잡지와 디자이너, 예술가 등이 넘쳐나고 있으니..그런 부분에서 경쟁을 하며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만드는 저희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잡지를 만들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원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런... 바람.. 그리고... 모두 다른 영혼들이 모여 앉아 진정한 공감대라는 걸 가진다는 것 자체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이죠.. 물론 그런 것들을 가능케 하는 혹은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천재예술가/사상가 또는 '정치가'들도 있는 듯 싶지만... 적어도 저희에겐... 순간이나마 누군가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만도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인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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