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나 혼자라는 존재
권태도 지루하지 않다 {短想} 2007/08/09 19:04 |잠실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을 타게 되면
700m 자유낙하의 스릴도 대단하지만,
최고의 경험은 그 직전에 있다.
안전가드가 장착되고 나면
서서히 빙글빙글 원형 좌석이 돌면서
기둥 위로 슬슬 기어올라 간다.
그리고 정점에 도달했을 때,
원형 좌석은 빙그르르르... 마지막 동작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른다.
자유낙하 직전에 한번 숨을 고르는 셈.
바로 이 순간이다!
빙그르르르...
그의 움직임이 끝나고 숨을 멈추는 순간,
세상이 아득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좌석인 탓에
정면을 바라보자면
곁눈질로도 내 곁의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 아래에는 서울의 야경이 비현실적으로 펼쳐지고
멀리 남산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700m 상공에 서울의 밤이 공간처럼 펼쳐지고
나 혼자 그 곳에 떠서
찬 바람과 맞서고 있는 그 순간.
뜻하지 않았던 외로움이 심폐를 관통하고
그것은 이내 두려움으로 급전환한다.
낮이었다면,
푸른 창공에서였더라면
찬란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런데,
혼자라는 공간에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과 그로부터의 두려움은
기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혼자라는 공간을 찾게 되는 것인지도.
아, 도무지 제목도 작가도 기억 나지 않는 모 단편소설에서.....
어느날 아버지가 실종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어떤 종적도 남아있지 않다.
여느날처럼 아들은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찰나 깨닫는다.
화장실이란 공간.
그 누구도 끼어들고자 하지 않는, 일정 시간만이라도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
그 순간, 아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를 깨닫는다.
그 어떤 사람과도 개연성이 필요 없는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자유.
그것은 특별한 쾌감이다!
지극히 외로운 것은 지극한 자유와 통한다!
그러나,
우리가 우울하게 외로울 수밖에 없는 까닭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아가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떤 쾌감도 없고, 기분 나쁜 외로움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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